[피터 위어]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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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죽은 시인의 사회



어릴 적에 두꺼운 책을 감명깊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글만 보자면 감성이 없는 사회를 일컫는 말이지 않을까? 명문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부모님의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서 법조인, 의사 와 같은 전문직업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공부를 한다. 본인이 위해서가 아닌 부모님이 원해서 공부하면서 거역하고 싶은 마음은 깊숙히 있지만 거역하지 못하고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학생들이다. 새로 부임한 영어교사로 '키팅'선생님이 오시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변화가 생긴다. 마지막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장면은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했고, 마치 그 작은 저항이 나의 삶과 닮아 있어서 슬프게 와닿았다. 인생의 목적은 삶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저 낭만은 소소하게 이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현실에 순응은 하지만 그 속에서 계속해서 낭만을 찾으려는 내 모습과 같았다.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다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거다




휘트만의 시를 인용하자면


오, 나여! 오 생명이여!' 수없이 던지는 이 의문!


믿음 없는 자들로 이어지는 도시


바보들로 넘쳐흐르는 도시


아름다움은 어디서 찾을까?



오, 나여, 오 생명이여! 대답은 한 가지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여러분의 시는 어떤 것이 될까?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이제껏 생각해왔던 삶은 삶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가끔 인생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때 마다, 삶이랑 '먹고 사는 것'이라는 아주 1차원적인 얘기를 한다. 그 속에서 색을 만들어 가는 것은 개인의 일이고 결국엔 태어난 이상, 삶의 유지해나가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것들은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부가적인 요소라고나 할까.

삶의 유지를 탄탄하게 할 수록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더욱 자유로워 질거라고 생각했다. 돈이 많으면 원하는 것을 먹고 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그저 여유가 될 때 하는 것이라고,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느정도의 돈이 필요한 것은 어찌할 수 없다고, 돈이 있어야 맛있는 것을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달랐다. 그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얘기하는 데, 달콤한 환상 속에 사로잡혀지는 기분이었다. 그토록 원하는 삶의 방식이지만 결국 현실을 마주보자면 영화 속의 말로 치부해버려야 하는 것이 된다.

여하튼 낭만은 우리 인생의 곳곳에 있지만, 사랑에 대해서 난 요즘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 사랑의 열정은 잠시 소풍을 간 건가



내 인생의 낭만이란?

네이버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낭만 :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

순간 어찌나 놀라운지, 실현성이 적은 것이 낭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낭만은 그저 우리가 이룰 수 없는 꿈인가? 이상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루기 힘든 것인가? 낭만이 이루기 힘든 것이기 때문에 모두들 인생의 낭만을 찾으면서 허우적거리면서 사는 것인가?

단어를 찾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 인생의 낭만이 지금 길을 나섰을 때, 밖에 활짝 핀 벚꽃들을 바라보고 그 흩날리는 벚꽃에 기분이 좋아 잠시 멈춰서서 작년의 봄의 행복했던 순간을 상상하며 오는 봄을 기대하는 것이 낭만이라고 생각했다.

TV를 보다가 좋은 음악이 나오면 그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고, 생각에 잠기고 눈을 감고, 그런 내가 사랑스러워 지는 것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잠시 책을 멈춰서 나의 생각을 더하는 것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들다가 그녀의 웃는 모습이 나의 웃는 모습이 문득 너무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

그게 내 인생의 낭만이다. 우리는 국어를 배우지만, 스스로 뜻을 깨우친다. 내가 배운 낭만이란 단어는 설레임와 비슷하다.


이룰 수 없는 것이 낭만이라니 그렇다면 그저 젊은 날에 내가 나이가 들면 세상사람들이 다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거야.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낭만주의자인가? 난 세상 모든 낭만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작은 순간도 낭만이 될 수 있고, 휘트만의 시처럼 우리 또한 한 편의 시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명과 존재가 있고, 그 곳에 나의 낭만이 있다. 시와 낭만과 사랑이 나의 목적이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삶의 유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초월할 수 있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16.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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