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어느 날, 몇 년간 브런치에 글을 써오던 작가 박종일(@_jongree_)의 책을 구매했다.
대형 서점의 책도 물론 좋지만 작은 독립서점에 가서 조용히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여러가지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재밌는 일이다.
낙서를 모아놓은 글도 있고, 인생이 실패해서 적는다는 글도 있고, 어느 글은 너무 감명받아서 집에 데려가고 싶은 독립출판물도 있다.
종리의 파도타기는 지나간 시간들을 붙잡고 싶은 사람이 적은 글.
그때는 과거는 그냥 지나가는 것이고 오는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새로워보였다. 얼마나 아름다웠길래 붙잡고 싶은 걸까.
작은 책 안의 꽤 디테일있는 구성.
첫 페이지에 넣은 사각 컷팅과 프레임 주위를 지나가는 유려한 파도선도 작가가 말하고 싶은 무언가가 아니었을까.
여름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여름을 찾아다녔습니다.
여름 같은 순간을 찍고 여름 같은 감정을 적었습니다.
여름을 사랑했습니다.
여기서 여름은 여름이 아닙니다.
여름은 상징적인 날들입니다.
그런 여름을 담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름을 기억합니다.
무언가 남겨야만 했고 여기에 남깁니다.
- 종리 '파도타기'
이렇게 비행기를 타면서 예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마치 시간을 거슬러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시간 위를 달려 과거의 당신에게 가는 거죠.
- 종리 '파도타기'
그렇게 여행의 태도가 여행자가 아닌 시민으로서의 태도로 지내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울컥하는 거 있죠? 왜 그랬을까요?
왜 아닌 밤중에 갑자기 울컥하여 남들은 다 누워서 자고 있는 틈 속에서 나 혼자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까요.
방에 다같이 있었는데 방에 혼자 있었어요.
무서웠어요. 변한다는 게. 영원한건 없으니 저도 변할거에요.
당신도 변하겠죠. 무서웠어요. 그게. 계속해서 당신과 나는 변하겠죠.
- 종리 '파도타기'
세상은 내가 기대한 이상과 같지 않은 일상이에요.
- 종리 '파도타기'
독립출판물을 위해 글을 쓰고 편집을 하는 긴 여정을 마무리해서 하나의 책이 나온다는 건,
그 사람의 열정과 끈기를 대변하는 작업물이다.
이 작지만 아름다운 시간들을 기록하여 공유해주는 독립출판물이 그래서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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