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한국소설) :: 괜찮은 사람, 강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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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멍청한 여자들에 대해 들어왔다.

위험한 남자들보다, 멍청한 여자들에 대한 경고를 더 많이 들어왔다, 괜찮은 사람.




어릴 때 난 시골가는 게 가장 싫었다. 시골에 가면 낮은 식탁에서 쭈구려서 밥을 먹는 엄마와 여자어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잘 보이지 않는 안쪽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거나 거실에서 얘기하는 아빠 곁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왜 이곳에 있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답이 되어주지 않았다. 하루는 괜히 제사할 때 작은 방에서 나가기가 싫었다. 그리고 제사가 끝나고 나갔을 때 나갔지만 날 찾았던 사람, 찾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때의 공허함은 선명하다. 아마도 모두 바빴기 때문이겠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내게 제사의 의무를 얘기하지 않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이것이 내게 혜택이라고 단 한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조신하게 지내다가 좋은 곳에 시집가야된다는 고리타분한 말을 종종 듣기도 했는데 그 말은 늘 반항심을 불러일으켰다. 난 인생에서 내가 가장 중요 했으며 내가 가장 단단했다. 시골어른들은 이걸 부정하는 듯, 네 인생은 남자에게 편승해서 살아가라는 식으로 얘기했고 그 얘기는 항상 날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하고 친절해야한다는 습관이 자리잡혔다. 타인의 감정으로 내가 때로 불안하기도 했고, 나보다는 그의 감정을 더 살피기도 했었다. 이제는 나름 어른이 되고 그 때 느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할지, 나만의 시각을 만드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제껏 느껴온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마음을, '괜찮은 여자'가 되어야하는 생각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 중, 강화길 작가의 괜찮은 사람은 내게 3번째 책이었다. 


에세이형식의 글이 아닌 소설로 접했고, 내가 느꼈던 아무렇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불안감을 주인공들이 느끼고 있다. 좀 더 과도하고 격하지만, 대부분의 주인공은 여자이며 얘기의 결말은 어디에도 없다. 기괴한 얘기들의 연속이다. 얘기가 흩어지듯 내게 뿌려지고 다시 공중으로 사라진다.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되는데 단숨에 읽기에는 너무 벅차고 감정이 힘들어 천천히 2개월에 걸쳐서 읽어낸 책이다. 매일 읽기도 힘들었고, 한 번에 여러 단편을 읽기도 힘들었다

한 번은, 책을 읽다가 너무 무서워서 책을 덮어버린 적도 있었다. 짧고 강렬한 문장들이 내게 꽂혀들어 내가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느끼니 숨이 턱하고 막혀버려 바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 무서워 몇 주간 책을 펼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강박을 가지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강박에 대한, 풀리지 않은 불안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책을 읽으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왜 너는 병들었는데 아프지 않으냐는 질문이 더 아프다' 라는 해석에서 해소된다. 강박과 아픔과 불안은 쳇바퀴처럼 내 삶 주변을 뱅뱅돈다. 그리고 난 애써 모른 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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