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사회적 동조 심리의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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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결혼은 나한테 너도 남들만큼 괜찮다, 여자로서 가치가 있다, 라고 얘기해 주는 까만 코트야."

 

 

 

얼마 전에 문득 내 인생에 결혼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어졌었다. '결혼 언젠가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거지'라고만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불안감이었을까...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포스트 둘러보기를 하다가 드라마의 한 부분들을 편집하는 계정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 방영했던 tvN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나왔던 대사와 장면을 편집한 내용이었다. 주인공들은 기혼도 있고, 미혼도 있었다. 그 장면에서는 빨간코트는 다름을 상징하고  까만코트는 다수 즉, 평범함 을 상징했다. 

 

호랑아. 너는 결혼이 왜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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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 난, 그냥 남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
남편도 있고 애도 있는 그런 아줌마. 친구들 모임 가서 같이 시부모 얘기도 하고 애 키우는 얘기도 하고.

그런 까만 코트만 입고 싶어 이제
남들이랑 섞여 있어도 튀지 않고 똑같은 사람
남들 하는거 똑같이 하면서 같이 얘기하고, 같이 웃는거. 그게 꿈이야.
결혼은 나한테, 너도 남들만큼 괜찮다, 여자로서 가치가 있다, 라고 얘기해 주는 까만 코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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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은 빨간색이 참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남들과 다른 색을 입어도 언제나 당당했던 아이, 그게 호랑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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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남들과 다른 색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걸까.
하지만 무엇보다 씁쓸한 건 나 역시 결혼이란 까만 코트를 입었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는 거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좋았다. 무언가에 속한 사람이 되었다는 게.

-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중에서

 

결혼에 대해 처음 들었던 얘기는 '결혼 잘하려면 20대 초반에 소개받고 선봐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였다. 그 때가 스물 하나였다.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난, 결혼은 내 삶에서 중요한 일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할지도 안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일찍부터 고민하기 싫었다. 대학을 졸업할 시기 즈음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취집'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시집가는 걸로 취업을 대체한다는 뜻이었다. 농담조로 그 말을 쓰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결혼이 여자의 커리어를 대체할 수 있는 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전혀. 그건 아니지. 그런 말을 양산해낸 사회에 대해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본격적으로 결혼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듣고, 자주 쓰게 된다. 주변에 기혼자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혼자들은 내게 결혼하면 좋은 점, 나쁜 점 등 등을 비롯해 결혼 생활과 육아에 대해 말한다. 불평하는 듯하지만 사실 무척 행복해보인다. 주변에 행복한 결혼사례가 많은 건가. 여하튼 그런 얘기를 계속 듣다보면, 저 곳이 앞으로 내가 가야하는 곳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 해, 두 해가 지나면 내가 도착해있을 곳인가라는 생각. 난 지금 연애한 지 3년차인데, 그들은 본인 결혼생활을 얘기하다가 자연스레 내게 '연애 얼마나했니', '그정도면 결혼할 때가 되었지'라고 말하며 화제가 나에게 넘어오기도 한다. 어차피 할 결혼 그냥 둘이 빨리 합쳐서 미래 계획을 그리는 게 좋다라는 조언도 들었다. 정신차리고보니, 내 삶에 결혼이라는 단어가 불쑥 들어온거다. 진짜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빨간 코트일까 까만 코트일까?

 

보수적인 집단에 있다보면 30대 40대는 결혼 하지않았다는 이유로 철부지로 오인받고,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정신적으로 성숙됨을 인정받기도 한다. 정말로 결혼을 하면 성숙된 어른의 세계에 입문하는 걸까. 집단에서 조금 다르다는 건 조금 불편하다는 말과 비슷한 의미같다. '다름이 불편한 이유'에 대한 다양한 저널이 있을 정도로 우린 조금 다른 걸 불편해한다. 이게 우리 안에 있는 '이기적 유전자'로 인한 생각이고, 이로인해 사회적 동조현상도 나타나는 것이라 한다. 내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의 미혼자는 약 20%다. 가까이 지내는 동료들의 대부분 기혼인 상태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듣고 있으면 나도 저 곳으로 가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들이 기준이고 내가 기준과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내가 결혼한다면 이 곳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더 단단한 소속감도 느낄 수도 있을거라는 착각이 들었다. 난 별로 소속감을 좋아하던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젠 그냥 남들이 하는만큼 하고 사는 게 가장 큰 안정감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되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인데 제가 결혼을 했다고 하니까, 뭔가 친해진 기분이 들더라구요.
어떤 그룹에 속한 기분 같은 거 오랜만에 느껴 보거든요. 기분이 좋았어요.

-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중에서

 

 

 심리학 용어, 동조

동조: 집단의 압력 하에서 개인이 집단이 기대하는 바대로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

동조의 사회적 규범영향: 사회적 승인과 소속감을 추구하면서 인정을 얻거나 불안정을 피하기 위해 보편적인 규범에 따라 행동하는 영향

 

 

나의 부모님은 가장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분들이셨다. 내게 졸업했으니 취업해야지, 취업했으니 연애해야지, 연애하니 결혼해야지, 결혼하면 아이는 당연한 거지. 까지 모든 걸 일반적인 순서대로 지나가길 바랬다. 얌전히 학교다니길 바라던 부모님과 다르게 난 성공의지가 강하고 새롭고 다양한 걸 좋아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튈지 모르는 공처럼 튀어다녔다. 하지만 귀딱지가 생기도록 그 말을 듣고 자라오다보니 이제는 그렇게 해야하는걸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도 왔다.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저항하며 지내왔다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난 가장 일반적인 순서대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몸부림쳤지만 그 틀에 아주 잘 끼워 맞춰져 있었고, 부모님이 내게 늘 얘기하셨던 그 순서의 중간에 도착해있는 나를 보니 무서웠다. 누군가는 내게 운이 좋았어서 기준점과 비슷한 수준의 삶이 있다지만, 남들과 동조되어 비슷하게 살아가는 건 두렵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남들과 비슷해져가면서 느끼는 안정된 삶은 점점 더 포기하기 힘들어진다. 역시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왜 자꾸 난 남들과 비슷해지고 싶어하는 걸까. 남들과 함께있을수록 그런 생각이 더 커진다. 내가 동조되어가는 건 아닐까.

 

 

솔로몬 애쉬의 '선분 실험'

정답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동조 현상이 발생하는가? 모두가 A가 정답이라고 할 때, C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동조에 관한 특별한 실험이 있었다. 7명 중 6명이 틀린 답을 얘기하면 나머지 1명은 답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틀린 답을 얘기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이들이 말하는 사실에 동조가 발생해 오답을 얘기하게 된 것이다. 

 

솔로몬 애쉬의 '선분 실험'

 

결국 다른 답을 얘기할지라도 남들과 같아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동조. 남들과 같아지고 싶어서 결혼을 원하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대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고 이 글을 써내려갔다. 결국 내가 적고 싶었던 것은, 요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이유는 나중에 남들과 다른 색의 코트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같은 건 싫지만 다른 것도 싫은 오늘의 나. 글을 적기 시작한 건 이 생각을 적다보면 불안감이 아닌 오로지 내가 원하는 선택을 위한 생각이 좀 더 정리될거라는 기대감은 나름 성공적이다. 가까운 친구들도 모두 결혼하고 나홀로 싱글이 되는 순간이 오거나 생각보다 빨리 결혼하게 된다고 해도 모든 선택은 내가 한 가장 최선이자 행복의 선택 것이다.

참고로, 빨간 코트와 까만 코트로 비유하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드라마에서는 동조 현상보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을 인용한다. 

지금 지호씨의 그 상태가 바로 가장 동물적인 인간의 욕구 니까요.
지호씨 같은 경우에는 결혼을 통해 가장 원초적 1단계인 의식주의 욕구를 해결했고,
그리고 집주인인 저를 통해 2단계인 안전 욕구 역시 해결했지요.
그러니까 이제 3단계인 소속감 욕구, 어딘가에 속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게 되신 거죠.
그런 기분도 그저 동물적인 기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다 부질 없는 인간의 하등한 욕구일 뿐이죠.

-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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